너도나도 사재기 나서…가격 폭등
옥 판매상들도 급증 추세…‘더 오른다’ ‘버블이다’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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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옥(玉)풍이 몰아치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광풍에 이어 푸얼차(보이차)까지 사재기하던 중국인들이 이제는 옥에까지 투자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옥이 중국 부유층의 ‘묻지마 투자’ 대상이 돼 버린 것이다. 차오구(炒股, 주식 투자)처럼 차오위(炒玉, 옥 투자)한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할 정도다.
중국에서 옥은 8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중국 북쪽 네이멍구 동부에 살던 신석기인들이 귀고리와 목걸이를 옥으로 만들어 쓴 것에서 시작됐다.
신석기인들은 옥으로 만든 귀고리와 목걸이가 사후 세계로 가는 길을 인도해 준다고 믿었고 이후 옥으로 만든 장신구를 휴대하면
‘신령’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중국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옥은 또 여러 왕조를 거치면서 상류사회 재부의 상징으로, 신분을 표시하는 징표로도 쓰였다.
이처럼 중국인들은 옥을 단순한 값비싼 돌덩이가 아니라 생명을 지닌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황금은 값을 매길 수 있지만 옥은 값을 매길 수 없다는 말까지 있다.
10년 만에 1000배 뛰기도
하지만 그냥 길거리 돌로 여겨지던 허톈 옥이 중국에서 시장에 진입한 것은 1970년대 말이다.
구매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하반기로 홍콩 대만이나 영국 프랑스인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최근의 옥 가격 급등은 광풍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올해 초 양저우 경매장에서는 12kg의 백옥이 600만 위안(1위안은 약 120원)에 팔렸다.
kg당 5만 위안에 나간 것이다. 2004년에 백옥 가격은 kg당 8000위안이었고
1997년과 1998년만 해도 kg당 1500위안 수준이었다. 1980년대의 경우엔 kg당 80위안에 불과했다.
중국에서 가장 질 좋다는 백옥이 나는 곳으로 유명한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허톈 일대는 이미 광풍에 휩싸여 있다.
허톈 옥의 역사는 7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가격이 폭등한 것은 최근 10여 년 사이의 일이다.
옥 채굴은 물론 거래와 소장 등 모든 부분에서 광풍이 불면서 옥 가격이 올해에만 4배 이상 오르는 등
10년 만에 1000배가 뛰었다는 게 현지 상인들의 전언이다. 허톈 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진행된 중국 국가 돌(국석) 선정 과정 덕분으로 풀이된다.
‘아름다운 돌’이라는 칭호를 부여받으며 허톈 옥이 국석으로 결정된 것이다.
허톈의 한 주민은 “어렸을 적엔 길 도처에 옥이 있었다. 놀다가 잃어버리곤 했다.
그런데 그것으로 돈을 벌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심지어 집 벽으로도 옥이 쓰이곤 했다고 한다.
베이징에서 온 쑨 씨는 허톈의 한 옥 가게에 들렀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쑨 씨가 달걀 크기의 옥을 사겠다고 하자 가게 주인이 “그 옥은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
“팔지도 않는 옥을 왜 진열하느냐”고 되묻자 주인은 “손님들에게 좋은 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3년 뒤에 오면 살 수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가격이 더 뛴 뒤 팔겠다는 것이다.
현지 상인들은 “옥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작년에 비해 갑절은 늘었고,
물건을 제대로 볼 줄도 모르면서 돈부터 꺼낸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사기꾼들도 득실거린다. 중국 언론이 전한 한 옥 감정가의 경험담이 대표적이다.
섬유 업체 사장으로부터 감정 의뢰를 받은 한 옥은 70kg으로 300만 위안에 구입했다고 한다.
하지만 감정 결과 그냥 돌인 것으로 드러났다.
옥 감정가인 이 씨는 “옥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옥을 사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이들의 구매 목적은 소장이 아니라 투자”라고 전한다.
좋은 옥이 많다는 허톈 위룽카스강 일대는 이미 굴삭기도 등장했다.
해발 40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옥을 캐는데 2003년께부터 굴삭기가 동원되기 시작했다.
옥은 이미 고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5명의 인부를 동원해 7개월간 옥을 캤다는 지 씨는 작고 볼품없는 옥 서너 개만 캐 1만5000위안에 팔았다.
오히려 4만5000위안을 손해 봤다고 지 씨는 푸념한다. 현지에서는 일확천금을 꿈꾸다 사망한 슬픈 이야기도 떠돈다.
2004년 말 한 위구르족 사람은 친척과 친구들로부터 돈을 빌려 굴삭기를 구입한 뒤 1년간 옥을 캤으나 별다른 옥을 찾지 못했다.
주변에서 자금 상환을 압박해 오자 굴삭기 안에서 자살을 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옥을 찾아 헤매는 인파는 옛 유적지까지 파고들고 있다.
허톈시에서 동남쪽으로 25km 떨어진 고성은 한나라시대 유적지가 있는 곳으로 문물보호지구로 지정돼 있다.
매일 밤 이 유적지에 몰래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도굴범이 아니고 유적지 지하에 있다는 옥을 캐기 위해 온 것이다.
20㎢에 걸쳐 있는 이 유적지에 밤에 옥을 캐러 들어온 사람이 하루 3000명에 달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굴삭기까지 동원될 정도다. 낮에 들어온 관광객들은 유적지에서 양손에 작은 돌을 들고 방금 캐낸 옥이라면 한 개에 50위안밖에 안된다며
사라고 권하는 상인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옥으로 장사하려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의류 부동산, 심지어 과일 판매상들도 옥 장사로 업종 변경을 하고 있다.
허톈에서 10년간 옥 판매를 해 온 한 상인은 “과거에는 허톈에 관광 온 외지인이 기념품용으로 옥을 사가거나
옥 수집가들이 찾는 경우는 있었지만 요즘은 투자 목적이나 판매용으로 사러 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한다.
화학 공장을 운영해 온 정 씨는 회사 운영자금을 옥을 사는데 사용하다가 아예 공장 문을 닫아버린 경우다.
항저우에 있는 위에왕예술성이라는 한 상가는 12월 중 옥석 전문 코너를 개설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분양 공고를 내지 않았는데도 이미 꽉 찼다고 한다.
과거에는 오래된 옥이 더 비싸고 그래서 짝퉁도 오래된 옥이 많았지만
요즘은 오히려 새로운 옥이 더 인기인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가격이 너무 급등하면서 오히려 산지로 다시 옥이 유입되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허톈에 있는 대형 옥 판매점은 옥을 산 손님으로부터 되산 뒤 이를 가공해 팔기도 한다.
이 판매점의 점원은 “부동산 업자에게 수년전 20만 위안에 판 옥을 수개월 전 50만 위안에 되샀다”며
“전문가에 의뢰해 조각을 한 뒤 홍콩의 한 사업가에게 120만 위안에 팔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인구 167만 명의 빈촌인 허톈시는 옥 덕분에 경제 성장의 동력을 얻었다.
위구르족이 160만 명인 소수민족 지역으로 2003년까지만 해도 위구르족 사람들은 허톈 옥의 제값어치를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2004년부터 허톈시 정부가 허톈 옥 관광문화제와 문화학술토론회를 주최하면서
그해 경제성장률이 11.1%를 기록하고 재정 수입이 전년보다 63.7% 급증했다.
일반인들의 옥에 대한 상식도 크게 확대됐다.
허톈의 도로에 벤츠나 BMW가 등장한 것도 이 이후의 일이다.
옥 채굴이 극심해지면서 중국 정부는 환경 보호를 위해 올 3월 위롱커스강의 굴삭기를 내보내는 조치를 취하는 등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돈 맛’을 본 중국인들의 기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
넘쳐나는 돈이 옥 광풍 만들어
중국에서 옥 광풍이 일고 있는 것은 가장 큰 이유는 넘쳐나는 돈 때문이다. 과잉 유동성 탓이라는 얘기다.
올해에만 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무역 흑자와 지속적으로 흘러드는 핫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다시 말해 부동 자금이 주식과 부동산에 이어 푸얼차 진주 예술품 옥 등 돈이 될 만한 것을 닥치는 대로 포식하는 역할을 하면서
자산 버블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중국 증시가 약세를 보임에 따라
옥 투자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옥 투자는 부동산 투자와는 달리 세금을 낼 필요도 없다.
물론 인플레 압력이 커지면서 중국인들 사이에 재테크 붐이 일고 있는 것도 옥 투자가 활기를 띠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중국에서는 요즘 “달리기로 류샹(110m 허들 세계 신기록을 보유한 중국 육상선수)을 이기지는 못하겠지만
CPI(소비자물가지수)보다는 빨리 뛰어야 한다”는 말이 유행한다고 한다.
6%를 넘어설 정도의 높은 물가 상승률을 초과하는 투자 수익률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옥이 너무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더 오를 여지가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백 년 역사에 불과한 비취는 7000년 역사의 허톈 옥보다 더욱 빨리 시장을 형성했고 국제적인 인지도 역시 비취가 훨씬 높다는 것이다.
최근의 옥 가격 급등은 옥에 대한 가치가 뒤늦게 발견된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항저우에만 옥 투자에 나선 중국인이 10만 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등
돈 냄새 잘 맡기로 유명한 저장 상인들도 옥 투자 행렬에 가세하고 있다.
옥 투자가 버블 붕괴로 이어질지 중국인들의 삶을 살찌울 간판 재테크 상품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오광진·한국경제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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